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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출 성형 라인에서 불량이 터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성형 조건 조정이다. 온도를 올리고, 압력을 바꾸고, 속도를 조절해 보는 순서로 이어진다. 그런데 같은 불량이 반복된다면, 조건 변경만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출 불량은 성형기, 금형, 수지, 설계 이 네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어느 한쪽만 건드려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현장에서 실제로 자주 마주치는 플라스틱 사출 불량 10가지를 유형별로 구분하고, 각각의 발생 원인과 실무에서 적용 가능한 대응 방향을 다룬다.
사출 불량을 이해하는 기본 시각
사출 성형은 온도, 압력, 시간, 속도, 위치라는 다섯 가지 변수가 동시에 맞물리는 공정이다. 어느 하나가 틀어지면 제품 표면이나 내부에 흔적이 남는다. 여기에 금형의 상태, 수지의 물성, 설비의 정밀도까지 가세하면 불량의 원인 조합은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그래서 불량을 분석할 때 단일 원인만 찾으려 하면 대부분 오진으로 끝난다.
현장에서 경험상 자주 느끼는 것은, 같은 불량 명칭이라도 발생 위치와 패턴이 다르면 원인도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싱크마크가 리브 뒷면에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와 제품 전체에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불량을 외형으로만 분류하지 않고 발생 메커니즘까지 파악하는 것이 반복 불량을 줄이는 출발점이다.
버와 미성형, 반대 방향의 같은 뿌리
버(Flash)와 미성형(Short Shot)은 언뜻 반대되는 불량처럼 보이지만 원인 구조는 상당 부분 겹친다. 둘 다 수지의 유동성과 금형 내압, 그리고 형체력의 균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버(Flash) — 파팅라인에서 수지가 넘치는 불량
버는 금형의 파팅라인이나 이젝터 핀 주변에서 얇은 막 형태로 수지가 삐져나오는 현상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사출 압력이 형체력을 초과하면서 금형이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이 틈으로 용융 수지가 밀려 들어가 굳어버린다.
버가 발생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성형 조건 문제다. 사출 압력 및 보압이 과도하거나, 수지 온도가 너무 높아 점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금형 틈새로 쉽게 파고든다. 둘째는 금형 문제다. 장기 사용으로 파팅라인면이 마모되거나, 금형 체결 정밀도가 떨어진 경우가 해당된다. 셋째는 형체력 부족이다. 제품 투영 면적에 비해 사출기의 형체력이 작으면 아무리 조건을 잡아도 버를 완전히 잡기 어렵다. 투영 면적(cm²) 기준으로 재질별로 다르지만 대략 3~5톤/cm² 수준의 형체력이 필요하다. 이 계산 없이 성형기를 선정하면 처음부터 구조적 문제를 안고 가는 셈이다.
한 현장에서 자동차 내장재 사출 시 파팅라인 버가 반복해서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압력을 낮추면 미성형이 나왔고, 올리면 버가 생기는 딜레마 상황이었다. 원인을 추적하니 금형 파팅라인면의 국소 마모였다. 면 래핑 보수 후 형체력을 소폭 높이고 보압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건을 재설정한 결과, 버와 미성형이 동시에 해소됐다. 금형 상태를 건너뛰고 조건만 만지면 이런 이중 불량의 원인을 찾지 못한다.
미성형(Short Shot) — 수지가 캐비티를 채우지 못하는 불량
미성형은 용융 수지가 금형 캐비티를 완전히 채우지 못한 채 고화되는 불량이다. 제품의 끝단이나 얇은 벽 부위에서 주로 나타난다. 원인은 수지 유동성 부족, 사출 압력 부족, 금형 내 공기 배출 불량, 수지 온도 또는 금형 온도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캐비티 내부의 공기 트랩이다. 수지가 빠르게 충진 될 때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압축되면, 그 자리만큼 미성형으로 남거나 심한 경우 단열 압축열로 인해 탄화 자국이 함께 발생한다. 이때는 사출 속도를 무조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벤트 홈 위치와 깊이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벤트 깊이는 일반적으로 재질에 따라 0.01~0.03mm 수준이 적용된다.

표면 불량 네 가지의 원인 구조
표면 불량은 기능상 문제가 없어도 외관 품질 기준에서 불합격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된다. 싱크마크, 플로마크, 웰드라인, 제팅이 대표적이다.
싱크마크(Sink Mark) — 두꺼운 살에서 표면이 함몰되는 불량
싱크마크는 수지가 냉각·수축하는 과정에서 외부 표면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며 생기는 오목 자국이다. 리브, 보스, 두꺼운 살 뒷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한다. 체적이 큰 부위일수록 냉각에 시간이 걸리고 수축량도 크기 때문이다. 보압이 부족하거나 게이트 동결이 빨리 일어나면 수축을 보상할 수지 공급이 끊기고 싱크마크가 나타난다. 게이트 위치를 두꺼운 살 쪽에 배치하거나, 살 두께를 설계 단계에서 균등하게 가져가는 것이 구조적 해결책이다.
플로마크(Flow Mark) — 수지 흐름 자국이 표면에 남는 불량
플로마크는 수지가 캐비티를 흘러가는 과정에서 방향이나 속도의 변화가 표면 자국으로 남는 현상이다. 금형 온도가 낮거나 사출 속도가 느릴 때 선행 수지가 냉각되면서 뒤따라오는 수지와 경계가 생긴다. 게이트 인근에서 동심원 패턴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금형 온도를 높이거나 사출 속도를 개선해 수지 선단의 냉각 전에 충진을 완료하는 것이 기본 대응이다.
웰드라인(Weld Line) — 두 수지 흐름이 만나는 접합 자국
웰드라인은 두 개 이상의 수지 흐름이 합류할 때 그 경계가 선 형태로 표면에 남는 불량이다. 홀이나 인서트 주변, 다점 게이트 제품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웰드라인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에 발생 위치를 외관 영향이 적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금형 내 가스 벤트를 웰드라인 합류 지점에 추가하거나, 수지·금형 온도를 높여 접합부의 결합력을 높이는 방법을 병행한다.
제팅(Jetting) — 뱀처럼 구불거리는 흐름 자국
제팅은 게이트에서 수지가 뱀의 움직임처럼 꾸불꾸불하게 분사되는 불량이다. 사이드 게이트에서 게이트 단면적이 작고 유속이 과도하게 빠를 때 발생한다. 게이트에서 나온 수지가 금형 벽에 닿기 전에 선행 고화되어 이후 충진된 수지와 경계가 생기는 것이다. 게이트 단면적을 넓혀 유속을 낮추거나, 게이트 위치를 수지가 벽을 타고 흐를 수 있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 유효하다.
내부 및 구조적 불량 네 가지
외관으로 바로 드러나지 않지만 제품 기능성과 내구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불량들이 있다. 기포, 박리, 크랙, 휨이 이에 해당한다.
기포(Bubble/Void) — 내부에 공기가 갇히는 불량
기포는 수지 내에 수분이나 가스가 포함된 채 고화되는 불량이다. 원인이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지 건조 불량이다. 흡습성 수지(PA, PC, ABS 등)를 충분히 건조하지 않으면 가열 과정에서 수분이 기화해 기포를 형성한다. PA 계열은 일반적으로 80~90℃에서 4~8시간 건조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수지 온도 과열에 의한 열분해 가스다. 배럴 온도가 과도하면 수지가 분해되면서 가스를 발생시킨다. 단면을 잘라 기포가 표피에 가까운지 중심에 있는지 확인하면 원인 구분에 도움이 된다.
박리(Delamination) — 표면층이 벗겨지는 불량
박리는 제품 표면이 얇게 층으로 분리되는 현상이다. 주원인은 이종 수지 혼입이다. 호환되지 않는 두 수지가 섞이면 계면 결합력이 없어 박리가 발생한다. 재활용 수지 혼합 비율이 높거나, 퍼지 불량으로 이전 수지가 잔류한 경우 자주 나타난다. 이형제 과다 도포도 원인이 된다. 칼날로 긁어 표면층이 쉽게 벗겨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현장에서 빠른 박리 진단법이다.
크랙(Crack) — 성형 후 제품에 균열이 생기는 불량
크랙은 성형 직후 또는 사용 중에 균열이 발생하는 불량이다. 과도한 내부 잔류 응력이 주원인이다. 사출 압력이 높거나 냉각이 불균일할 때 내부 응력이 누적된다. 이형 과정에서 이젝터 핀의 불균형 힘도 크랙의 원인이 된다. 특히 PC처럼 내부 응력에 민감한 수지는 어닐링(열처리) 공정을 추가해 잔류 응력을 완화하는 경우가 있다.
휨(Warpage) — 탈형 후 형상이 뒤틀리는 불량
휨은 사출품이 금형에서 꺼낸 뒤 변형되는 불량이다. 두꺼운 부분과 얇은 부분의 냉각 속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축 불균일이 근본 원인이다. 냉각 회로의 불균형, 게이트 위치 불량, 살 두께 불균등 설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휨은 성형 조건 조정만으로 한계가 있으며, 설계 단계에서 살 두께를 균등하게 분배하고 냉각 회로를 균형 있게 설계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다.
탄화 자국과 은줄, 색상 이상까지
나머지 두 가지 불량인 탄화 자국(Burn Mark)과 은줄(Silver Streak)은 수지 상태와 공정 관리와 직결된다.
탄화 자국(Burn Mark) — 제품 끝에 검게 타는 불량
탄화 자국은 캐비티 말단이나 공기가 갇히기 쉬운 구석에서 검은 자국이나 변색이 발생하는 불량이다. 공기가 충진 압력으로 단열 압축되면 온도가 급상승하고 수지가 열분해 되어 탄화된다. 이를 디젤 효과(Diesel Effect)라고 부른다. 사출 속도를 급격히 높이거나 가스 벤트가 막혀 있을 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벤트 홈을 청소하고 가스 배출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출 속도를 다단 제어해 말단부 충진 속도를 낮추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은줄(Silver Streak) — 표면에 은빛 줄무늬가 생기는 불량
은줄은 제품 표면에 흐름 방향으로 은빛 또는 흰 줄무늬가 나타나는 불량이다. 수분, 휘발 가스, 공기 혼입이 주원인이다. 수지 건조 상태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건조가 충분했는데도 은줄이 반복된다면 배럴 잔류 시간 과다로 인한 수지 분해 가스를 의심할 수 있다. 배럴 내 수지 체류 시간이 너무 길지 않도록 사이클 타임을 관리하고, 스크루 배압을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흡습성 수지 은줄 대응 — 수지 건조 조건 준수(PA: 80~90℃, 4~8시간 / PC: 110~120℃, 4~6시간)
- 탄화 자국 대응 — 가스 벤트 청소 주기화 + 말단부 사출 속도 다단 제어
- 버 반복 발생 시 — 성형 조건 변경 전 파팅라인면 마모 상태 먼저 점검
사출 불량을 줄이는 현장 관리의 핵심
10가지 불량을 나열하고 보면 공통으로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 불량은 성형 조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금형, 수지, 설비, 설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어느 한쪽만 손봐서 일시적으로 안정되더라도, 다른 쪽에서 누적된 문제가 다시 터져 나오는 경우를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해 왔다.
실질적으로 불량을 줄이려면 불량 발생 시 로트, 시간대, 캐비티 번호, 성형 조건 이력을 함께 기록하고 패턴을 분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같은 불량이라도 특정 캐비티에서만 나온다면 금형 개별 점검이 우선이고, 특정 시간대에만 집중된다면 수지 건조나 기계 열적 안정성을 살펴야 한다. 불량 데이터를 쌓고 패턴을 읽는 것이 조건 변경보다 훨씬 빠른 해결로 이어진다. 이 글이 현장에서 불량 원인을 분석하는 데 실질적인 기준점이 되길 바란다.